바람이 실어 나르는 것

산세베리아입니다. 공기정화식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선교관을 구입하고 오피스로 꾸미면서 새 페인트 냄새가 쉽게 가시지 않아 아내가 작은 산세베리아 화분을 사무실에 사 주었습니다. 그런데 페인트 냄새가 사라지기 전에 이 화분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말라 죽었습니다.

개업 심방이 있어 화분을 사러 꽃 가게에 갔는데 거기에 있는 산세베리아는 꽃도 피어 있는 겁니다. 물었지요. 물도 적당히 주고, 커피 찌꺼기도 좋다고 해서 올려놓았는데 결국 말라 죽었다고..

꽃집 주인은 입꼬리를 올리며 느긋한 미소를 짓더군요. 그리고.. 바람이예요. 하는 겁니다.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햇볕과 수분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 바람이 필요한 녀석도 있답니다.

꽃집 주인의 설명이 과연 식물학에 근거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바람이 있어야 해요” 라는 짧은 문장은 내 귀에서 곧장 없어지지 않고 달팽이관으로 흘러들어가 종일 윙윙거렸습니다.

바람이라 …..

보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분명 바람이 실어나르는 것이 있겠지요? 그래서 성령은 바람과 같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네게 너무 세찬 바람이 부는 것은, 네게 필요한 무언가를 실어나르는 것이겠지요. 바람이 없는 작은 방에 냄새만 잡겠다고 식물을 가두어 키우다가 냄새도 못 잡고 그만 좋은 식물 하나만 잡아 버렸습니다. 지금은 페인트 냄새도 모두 없어졌습니다.

혹 내 안에 꼭꼭 숨겨놓은 것 있으세요? 꺼내서 바람을 맞게 해 주세요. 바람이 실어다 주는 것도 있지만 또 내가 버리지 못한 것을 실어 버리는 것도 있으니까요.

바람…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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