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시선

Off

아주 가끔은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 지는 거예요. 책은 읽히고 싶겠지요. 누군가가 책을 펴고, 꼼꼼히 읽고, 뜻을 헤아리고, 읽는 사람의 마음에 새겨지고,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빌려지고, 선물로 주게 되고, 밑줄이 그어지고, 책장이 접어지고, 커피 잔의 자국도, 눈물과 웃음기의 자국도 묻어나기를 바라지 않을까..


영어 단어 ‘silent(침묵)’는 ‘listen(듣다)’과 배열이 다를 뿐 철자가 동일합니다. 타인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선 입을 닫고 침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잘 말하기 위해선 상대의 가슴에서 드밀고 올라오는 것들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합니다. 침묵 속에 얼마나 많은 망설임이 들끓고 있는지, 미소 뒤에 얼마나 슬픈 비명이 감춰져 있는지 헤아려야 합니다.


말은 침묵을 통해 깊어집니다. 문제는 침묵과 말 사이에 여러 걸림돌이 잠복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몇 가지만 꼽으면 인간관계에서 매번 침묵만 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침묵은 대인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때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방에게 알려줘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침묵의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 인간관계에서 무조건 솔직하고 투명한 자세가 늘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살다보면 속내를 다 털어놓아야 신뢰가 쌓이는 경우가 있지만, 반대로 덜 얘기해야 유지되는 관계도 부지기수 입니다. 우린 그저 ‘다’와 ‘덜’ 사이에서, 그 경계를 배회하며 살아갈 뿐입니다. 말과 침묵 사이에서 우린 모두 정처 없는 존재들입니다.


8월, 뜨거움의 한 복판에 와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무더위, 홍수, 그리고 코로나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는 침묵하지 말고 말(pray)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부작용이 있어도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은 수다쟁이여도 부작용이 없습니다. 그분과 말이 많아지는 뜨거운 한 달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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