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신영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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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복 선교사님 소천
지난주에는 아주 친한 친구이자 동료 선교사님한분이 하늘 나라로 가셨습니다. 심상복 선교사님 내외분은 어려운 동네안의 선교센터에 사시면서 그곳 이웃들에게 하나님의 말씀 뿐만아니라 삶을 나누셨습니다. 그곳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학교 교과과목과 미술 음악등을 배울수 있게 해주셨고, 또 열악한 가정/학교에서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주셨고, 토요일에는 하나님 말씀을 재미있게 가르쳐주시고 애들에게 점심도시락까지 챙겨주셨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한달전에 한국에 가셨는데, 그동안 온몸에 암이 퍼져 비행기를 탈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사랑하는 이땅 니카라과에 돌아오고싶은 마지막 소원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서 이곳에 도착해 그렇게 그리워하던 동네 아이들과 찬양과 눈물의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다음날 하늘 나라로 가셨습니다. 예수는 왕이라는 뜻의 Cristo Rey 동네 사람들이 모여 밤늦게까지 심상복 선교사님을 추모하며 혼자 남으신 최현주 선교사님과 함께 울어주었습니다. 지난 오년간 함께 지냈던 심 선교사님께서는 조용하게 크리스토 레이 애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셨습니다. 편견없이 차별없이 애들을 대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홀로 남은 최현주 선교사님께서는 그동안 동역해왔던 동네 청년들과 함께 사역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홀로남은 선교사님을 위로하는 마을의 형제 자매들을 지켜보면서, 또 힘겹지만 꿋꿋이 애들에게 말씀을 나누어가는 선교사님의 모습에서 크리스토레이에 함께계시는 하나님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수업
지난해부터 공부해왔던 크리스와 martha를 다시 불러들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원서 접수를 했는데, 예년과 달리 온라인 접수만 가능해서 대학교에 함께 가서 원서를 접수할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과를 선택할것인지 저와 상의를 했어야했는데, 학교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학교와 학과를 정해서 일괄적으로 접수를 해버렸습니다. 성적이 좋은 마르코스를 빼놓고는 나머지 세명이 합격을 장담하기 어려운 과를 선택해서, 가슴졸이며 12월 13일에 있을 대학교 입학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가브리엘라가 집을 가출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사춘기에 있을법한 엄마와의 갈등이 있었는데, 대화로 해결하지 못해 가출을 하고 지금은 친구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따로 만나서 얘기를 들으면서 집으로 돌아갈것을 설득해보았지만, 성격 좋고 착하던 애가 엄마의 심한 말에 상처를 크게 받아서 우리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도 학교는 꼭 출석해서 졸업을 하고 또 우리 수업에 참석하라고 몇차례 권유했는데, 학교 수업도 우리 수업도 성실하게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도울수 있는 것이 따로 없어서 기도만 하고 있는 중입니다.

매년 고등학생들과 하루 시간을 내어서 여름이나 가을에 소풍을 가고 또 대학 입학 원서를 접수할때는 함께 학교를 방문해서 접수를 했었습니다. 올해는 거의 매일 성경공부가 있고 또 주말에 사역이 있어서 고등학생들과 함께 여행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모 허락을 받은 크리스와 마르코스를 데리고 애들이 가고싶어하는 우낭대와 우니 공대를 함께 돌아보았습니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규모가 큰 대학교를 보고 이곳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아진 두 애들을 보고 저희도 합격할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나과 말레꿍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일반인들을 위해 전시되었는 보잉 여객기도 함께 타보며 수업 시간과는 다른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었습니다.

마침 그날 오후에 마르코스의 엄마가 일을 쉰다고 해서, 애들을 힐로아로 데려다주면서 그 집을 방문했습니다. 아빠는 집을 나가서 엄마 혼자 일하며 할아버지 도움도 받아 삼남매를 기르고 있었는데, 장남인 마르코스가 성실히 공부를 해서 엄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이있어 새벽 일찍 나가서 오후 늦게되어서야 돌아오는 힘든 일상 속에서도, 엄마는 많이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들을 잘 교육시키고 싶어해서 참 감사했습니다. 니카라과에서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될 모든 애들의 부모가 마르코스 엄마와 같은 교육열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그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학생 성경공부
일학년의 기초 성경공부 과정을 마쳤습니다. 열명의 일학년들이 처음 입학한 대학에 적응하느라 바빴을 텐데도 거의 빠지지 않고 매주 함께 모여 성경공부를 해서 주님의 은혜를 다시한번 느낄수 있었습니다. 다들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처음이었고, 특히 교회를 다녀본적이 없는 이시카리와 알렉산드라는 이 성경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성경책의 장과 절 (chapter and verse)이 무엇인지를 알게되었다고 마지막 시간에 말해서 다들 웃었습니다. 책걸이는 못했지만 식당으로 초대해서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다들 첫 성경공부를 마친 소감을 나누고, 다시한번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를 다짐하면서, 이 기간동안 지켜주시고 함께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삼학년 이상 고학년의 52주 과정 창세기/마태복음 성경공부도 마쳤습니다. 아직도 시간에 늦어 뛰어오느라 성경공부 준비를 제대로 못해오는 애들도 있지만, 말씀을 읽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는 부분을 나눌때보면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려고 더 노력하는 모습들을 볼수 있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망고 나무 사역에 대부분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도 느낄수 있습니다.

일학년은 두번째 성경공부과정인 26주 창세기 공부를 시작했고, 고학년은 우리가 공부하는 교재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 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 26주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임옥란 선교사가 성경공부를 준비하고 이끌어갔는데, 고학년 반에서는 참가자 각자가 한 과씩 맡아서 성경공부를 미리 준비하고 공부를 이끌어가도록 하여 앞으로 리더로서의 역활도 체험해보도록 했습니다. 오학년인 제퍼슨부터 시작을 할텐데, 한명한명이 준비하고 이끌어가는 이 모든 과정에 주님의 은혜가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망고 나무 사역
매주 빠지지 않고 대학생들이 주말 오전에 망고 센터에 와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스페니쉬 수학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4살부터 9살짜리 꼬맹이반을 주로 제이미와 마리아 페르난다가 가르치고 있는데, 놀라울정도로 애들을 잘 훈육하며 스페니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초등반과 중등반은 대학생들이 더 많이 준비해와서 가르치고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빠져 나갔고 지속적으로 출석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훈육이 부족한 아이들이 센터에서도 수업분위기를 흐트리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대학생들이 가르치면서 감당하기에는 조금 버거워졌습니다. 일주일에 두시간 청소년들을 만나는 사역이기는 하지만, 우리 대학생들이 하나님의 사랑에 보답해 봉사하는 이 순수하고 귀한 시간이 더 귀하게 쓰일수 있도록 준비되어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프레디 딸라베라
힐로아의 마르코스 집을 방문하면서, 그 동네에 살고 있는 Freddy T의 집인 구멍가게를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프레디는 삼년전에 힐로아에서 우리와 수학 공부를 하고 공대 기계과에 합격해 공부를 잘 하고 있었습니다.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의 몸이 좀 불편해서 이따금씩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들의 대학 공부를 서포트할만한 경제력은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또 프레디가 따로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었습니다. 같은 과에 다니는 조르디와 함께 성경공부도 참석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방학 이후에 갑자기 연락이 끊겨서 조르디한테 물어보았지만 학교를 그만 둔것만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미국으로 간것같다는 말도 있었지만 확인할수가 없어 걱정만 이따금씩 하면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러다가 집을 찾아가보았더니 놀랍게도 가게를 지키고있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작년에 공업 제도 학과목 하나가 빵꾸가 났고 또 학과 사무실과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집에서 부모님을 돕는데 시간을 더 써야하기도 해서 이학년 일학기를 마치고 대학교를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 우리 애들 한명한명이 학교를 잘 다니고있는지 또 집안에 문제는 없는지 제 나름대로 시간을 내어 얼굴 보고 얘기도하고 또 메세지를 통해 알아가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프레디의 학교에서의 문제들은 함께 고민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경제적 여유가 없었으면 도울수도 있었을텐데 저와 상의도 없이 학교를 그만 둔것이 화도 나고 또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올해 초에 토요일에만 가는 사립학교 산업공학과에 입학해서 좀더 여유롭게 공부하면서 주중에 부모님 가계도 돕고있다고 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본인에게 더 적합한 선택을 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프레디를 만날수 있어서 감사했고 계속 연락하기로 약속하며 헤어지는 마음이 훨씬 홀가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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